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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얼마 전 뮤지컬 <쓰릴 미>를 보고 왔습니다. 수년 전- 뮤지컬이란 것에 처음 눈 뜰 무렵에 이지훈, 오종혁 페어로 한번 공연을 봤었는데요. 그 이후로 뮤덕에 가깝게 지내왔지만 쓰릴미는 올라올 때마다 볼 기회를 놓쳤더랬지요. 그러다가 전설의 초연 멤버인 웅무 페어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티켓팅에 참전했으나 매번 장렬히 실패했지요. 그런데, 이번 생에 웅무 쓰릴미를 보는건 포기하고 있던 어느 날...! 페어 막공을 며칠 앞둔 시점에 친구로부터 '웅무 표가 있는데 양도 받겠냐'는 꿈같은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것도 무려무려 그 구하기 어렵다는 페어 막공!  자리가 막 좋은 자리는 아니었지만 자리가 있다는 것만이라도 감사해야 하는 날짜이기 때문에 저는 덥썩 표를 받았습니다. 





쓰릴미가 한국에서 초연한 지 1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이라, 최재웅 김무열을 비롯해서, 강필석, 김재범, 정상윤, 정동화 등 이전 쓰릴미에 나왔던 분들이 캐스팅 되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애기페어라 불렸던 강하늘-지창욱 공연을 보고 싶었지만 이 둘은 쓰릴미에서 보기는 힘들겠죠.. 







오늘의 캐스팅, 최재웅(나-네이슨), 김무열(그-리차드)! 쓰릴미는 단 두명의 배우 + 피아니스트의 연주 만으로 무대를 이끌어 나가는 공연이기 때문에, 피아니스트의 이름도 적혀 있었어요. 예전에 볼 때도 그랬지만 피아노 연주가 너무 멋져서 극이 끝날때 쯤엔 피아노를 꼭 배우겠다는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하지만 공연본 뒤로 단 한번도 피아노 뚜껑을 열어보지 않음) 


잠깐 후기를 남기자면.. 예전에 봤었던 이지훈-오종혁 페어는 당시 두분이 뮤지컬에 막 입문하던 시절이니만큼 프레시하고 풋풋한 느낌이었고 그래서 좀 가벼운 느낌이었다면,  이번 웅무 페어 공연은 제대로 미친 사람들(..)의 농익은 공연이었습니다. 공연을 보는 내내 '둘 다 제정신이 아니군' 이라고 생각했어요. 이지훈-오종혁 페어 때는 그래도 리차드가 네이슨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이번엔 리차드가 네이슨을 너무 매몰차게 대하고, 정말 네이슨을 싫어하는 것 처럼 보였어요. (나중엔 달라지긴 했지만) 그래서 이걸 보면서, '그래도 매달리는 네이슨도 진짜 이상한 사람이구나'라고 계속 생각하게 됐지요. 하지만 김무열 리차드는 잘생겨서 좋았고(..) 최재웅 네이슨은 젊은 시절의 모습과 50대의 모습이 번갈아 나오는데 그 세월을 넘나드는 연기가 너무 좋았어요. 특히 50대 연기 할때 목소리가 사악- 낮아지는 것에 심쿵...!! 


극중 두사람의 관계에 대해서 해석하는 것도 재미있었는데요. 겉으로 보이기에는 네이슨(나)이 끈질기게 리차드(그)를 좋아하고, 함께 있고 싶어하는 데 반해서 리차드는 네이슨을 거부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나중에 궁금해서 쓰릴미 정보를 찾아 보니 연기자에 따라 캐릭터의 의도나 느낌도 상당히 다른 편이고, 또 어떤 상대방을 만나느냐에 따라서도 극분위기가 많이 바뀌는 것 같더라고요. 오래전이긴 하지만 예전에 다른 페어로 봤던 것이 있으니, 극의 느낌을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어요. 하지만 무대구성의 차이 같은 건 전혀 기억 안남.... 아! 하나 기억 나는 건, 어린아이를 유괴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전에는 아이의 발자국 모양을 빛으로 비춰서 표현했고, 이번에는 무대 바닥 틈새에서 올라오는 빛으로 아이의 위치를 표시했어요. 지난번 연출은 그 자리에 정말 투명 아이가 있는것처럼 직접적인 느낌이었고, 이번에는 조금 은유적으로 표현했으니 아이의 모습이 막 떠오르지는 않았지만 그 나름대로의 느낌이 좋았어요. (빛나는 바닥이 예뻤...) 좌석과 시간, 그리고 총알(=돈)이 있다면 다른 페어로도 더 보고 싶네요. 


공연이 끝나고 나서는 전원 기립해서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습니다. 막공이니만큼 관객들 모두 더욱 힘차게 박수를 치는 것 같았어요 ㅎㅎ 저는 첫공이자 막공이었지만요. 이렇게 뜻밖의 기회로 웅무 공연을 보게 되어 다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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