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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학교     장수한 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



블로그에 처음으로 올리는 책이 '퇴사학교' 라니,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 나는 당장 퇴사를 할 생각은 없지만 (물론 마음은 항상 굴뚝같지만) 이직과 퇴사, 창업 등의 진로 키워드는 항상 내 머릿속에 떠다니는 것들이었기에 퇴사학교라는 책의 제목이 특별히 강렬하게 다가왔다. 


이 책의 저자는 삼성전자에 다니다가 퇴사를 하고, 백수생활과 스타트업을 거치며 퇴사학교를 만들기까지의 과정을 재미있게 풀어냈다. 그러면서도 직장생활에 대해 공감을 이끌 수 있는 내용도 들어있고 '언젠가는 퇴사해야 하는' 이시대 모든 직장인들을 위해 퇴사를 준비하는 방법과 노하우를 담았다. 


요즘에는 평생직장이라는 게 없고 아무리 견고한 대기업에 다닌다 해도 60세가 안 되어 정년퇴직을 하게 된다. 말이 60세지 실제로 직장인들이 체감하는 퇴직시기는 48세정도라고 하니 끔찍할 따름이다. 나에게는 50-60대의 일은 아직은 먼 일처럼 느껴지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것만큼 흘러가는 대로 살다 보면 또 금방 그 때가 올 것만 같다. 그때가 되면 벌어놓은 돈으로 놀러 다니는 노후를 보내면 참 좋겠지만, 만약 그러지 못했을 경우엔 새로운 직장을 찾거나 창업하거나 둘 중 한가지는 해야 할 것이다. 그나마 창업을 할 자본금이 있다면 다행인 거고 그마저도 없으면 하루종일 벼룩시장이나 잡코리아를 뒤져야 할 지도 모른다. 너무 안 좋은 쪽만 생각하는 것 아닌가 싶을 때도 있지만 두려운 건 어쩔 수 없다. 


나는 이런 두려움을 이겨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위험을 방지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퇴사학교라는 책에 끌리게 된 것 같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좋은 회사라는 기준은 매우 '단기적'인 관점이다. (중략) 그러나 퇴사의 시대에서 중요한 것은 단기적 관점이 아닌 보다 '장기적'인 관점이다. 현재 내가 누리고 있는 회사의 장점이 이후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 결코 아닐진대, 남은 50년 이상을 제대로 일하며 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성장'이라는 요인이다. 


책의 내용이 어렵지 않아서 이틀만에 후딱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책에서 던진 질문들에 대해서 생각하고 고민하고 결정하는데는 앞으로 오랜 시간이 걸릴것 같다. 재미있게도 책 제목이 퇴사학교인 만큼  '중간고사' 와 '기말고사' 문제가 책의 중간과 끝부분에 나오는데, 그것들은 내가 늘 '생각해 봐야지' 라는 생각만 하고 한번도 제대로 살펴본 적이 없는 일들이다.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건 무엇인지, 또 못하고 싫어하는 건 무엇인지 조차도 제대로 성찰해 보는 시간을 가지지 못했던 것 같다. 


- 지금 회사에서는 인정을 받고 있지만, 그 인정이 언젠가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도 유효할 것인가? 

- 나는 충분히 배우고 있는가?

- 내가 현재 하는 일을 할수록 나의 전문성이 강화되는가? 


머릿속에는 늘 여러 생각들이 뒤엉켜 있는데 단 한번도(!) 이런 것들을 글이나 표로 가시화 시켜본 적이 없으니, 늘 뜬구름 잡는 듯한 생각으로만 머물러 있었다. 이번 기회에 이 책의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폼에 맞춰서 내 인생 설계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봐야겠다. 


그리고 저자는 퇴사시대를 준비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무기는 '실행력' 이라는 것을 마지막에 한번 더 강조한다. 


왜 우리는 항상 지나고 나서야 깨닫게 될까? 그건 당연한 것이다.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아무리 남들의 말을 듣고 책과 뉴스와 수많은 간접경험을 쌓았다고 하더라도 내가 지금 직접 겪는 단 하나의 경험보다 더 강력할 수는 없다. 


늘 '난 왜 항상 이렇게 멀리 돌아가지?' 라는 생각을 마음 어딘가에 가지고 살았는데 이 책에서 그것이 당연한 거라고 이야기하는 구절을 읽고는 마음이 놓였다. 뭐든 부딪혀 봐야 안다는 것만큼은 잘 알고 있으니 (그런데도 귀차니즘으로 인해 여태까지 뭐 하나 제대로 한 적 없지만) 이제부터라도 진짜 도전을 해봐야겠다는 용기도 얻었다. 


한편으로는 '삼성전자 출신' 이라는, 남들보다 좋은 이력을 가지고 있는 저자가 부럽기도 했다. 나도 조금 더 해서 출발선상을 앞당겨 놓을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제와서 후회해도 소용 없으니 지금부터라도 여러가지 시도를 해보고 (그 첫번째 도전이 바로 이 블로그다!) 후회하지 않을 즐거운 삶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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