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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서 종합건강검진을 받고 왔습니다. 요즘에는 검진이 아니라 건강증진(건진)이라는 표현을 쓰던데, 건강검진이란 단어가 더 익숙하다 보니 건진은 어색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여튼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은 원래도 복잡하긴 했지만 지금 한창 공사중이어서 건강증진센터를 찾느라 좀 헤맸습니다. 주변분들에게 물어물어 들어가서 이름을 말하고 미리 작성한 문진표를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건강검진 시작!

평일 오전인데도 사람이 많아서 검진이 바로바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가운데 대기실에서 기다리다가 이름이 불이면 검사를 받고 다시 대기실 소파에 앉아 기다리기를 반복했습니다.

채혈, 심전도, 엑스레이촬영, 인바디(체지방이 넘 많아져서 충격..), 갑상선초음파, 복부초음파 등등 검사를 해나갔고 두려운 위내시경을 할 때가 점점 가까워졌습니다.

위내시경은 처음부터 비수면으로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건강검진 끝나고 바로 장거리 운전을 할 예정이라 비수면에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예전에 수면내시경 후 가까운 거리 운전 할 땐 문제가 없었지만 고속도로를 타야 하니 걱정이 되더라구요. 안내 받을 때도 수면내시경을 하면 당일은 무조건 운전 하지 말라고 강력히 당부를 받기도 했습니다.

비수면내시경을 하러 들어가니 먼저 짜먹는 약(?)을 하나 받았습니다. 먹고 나서 잠시 기다리다가 내시경 하는 곳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웠습니다. 일단 처음 든 생각은 ‘예상보다 카메라가 너무 크다’ 였습니다. 게다가 선도 굵어서 저게 위장에 들어갈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ㅎ

위내시경 과정은 아비규환이었습니다. 제 식도와 위가 자꾸 카메라 들어오는 걸 막으려고 헛구역질을 하고 눈물 콧물이 다 났어요. 그 와중에 입으로 숨 쉬지 말고 코로 쉬라고 하시는데 코는 이미 콧물로 막혀서 기능을 못하는 상태였지요. 카메라 렌즈부분 삼키는 데 하도 시간이 많이 걸려서 의사 간호사 선생님들께 너무 죄송했어요. ‘이렇게 한참 해도 계속 안돼서 수면으로 바꾸게 되는 거 아닌가. 그냥 그만하고 집에 가고싶다’ 고 생각했을 때 드디어 식도를 통과했다는 기쁜 소식이 들렸습니다!

하지만 기쁜 것도 잠시였어요. 위를 거쳐 십이지장까지 카메라가 내려가는 동안 계속 굵다란 선이 몸을 통과하는 게 너무 잘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여기저기 다양한 각도로 촬영을 해야 하니 계속 선이 움직일 수밖에 없는데 느낌이 정말 이상했어요. 도대체 언제 끝나는 건가 기다리다가 슬슬 한계가 왔을 때 내시경이 끝났습니다. !! 끝나는 순간은 무척 기뻤고 해방감과 함께 이 과정을 견뎌낸 스스로에 대한 뿌듯함이 매우 컸습니다. 장하다 나 자신!!

비수면 내시경은 끝나고 나서 바로 촬영사진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요. 정말정말 다행히도 저는 위만큼은 아주 깨끗했습니다. (약간의 위염증세는 있지만 그 정도는 모든 사람들이 다 가지고 있는 거라서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어요) 위장 관리 열심히 해서 위내시경 자주 하는 일 없게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다음에 위내시경을 하면 또 비수면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그때가 돼서 다시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되도록 수면마취를 안하는 게 좋다고는 하지만 이 고통을 또 겪을 자신이 현재는 없어요. 고통이 어느정도 잊혀지고 나면 다시 해보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그때까지 위를 건강하게 유지해야겠어요!

이렇게 해서 건강검진을 모두 마쳤습니다. 몸 아프면 검사도 치료도 넘 힘드니 좋은 결과만 있었으면 좋겠네요 🥺

끝나고 나서 기념샷. 폭신해서 좋았던 슬리퍼 입니다.


(+) 식사 쿠폰을 받아서 병원내 죽집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버섯굴죽이었던거 같은데(벌써 가물가물) 맛있었습니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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